-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1/08 00:07:26
Name   에메트셀크
Subject   나를 괴롭혔던 화두, 나르시시스트
안녕하세요.
머릿속에 복잡해서 좀 해소해 보고자 키보드를 잡습니다.
2023년은 저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해였는데,
그중 하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입니다.

인생에서 저를 힘들게 하던 가족, 직장동료..
처음엔 도저히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사람들의 행동이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해했습니다.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정의해 보자면,
'내 감정을 수확해 자기만족을 채우는 에너지 뱀파이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면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나르시시스트에도 여러 타입이 있지만 제가 느낀 특징들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개인이라는 경계가 없음

    이들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경계가 없습니다.
    내 정보를 알아내어 어떤 식으로든 이용합니다.
    나르시시스트 가족의 경우에는 제 방에 무단으로 들어와 당연하단 듯이 제 물건을 사용하고 미안함이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인간으로서 존중은 빠져있고 위계 상의 가족 역할만 저에게 있던 것 같네요.
    나의 개인 사생활을 알아내고 그걸로 자기 행동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행동합니다.
    이 부분은 글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그래도 더 적자면 내 행동을 컨트롤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2.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말하지 않기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살면서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타이밍이 있는데요.
    이때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상황에서는 할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침에 커피를 사 오는 김에 대신 사다 줬으면 고맙다고 하거나 연말에 한 해 동안 고맙다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운 게 아니고 사람들이 보통 그렇게 말을 하니까 따라 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로 남이 피해보거나 하면 보통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이때는 절대 사과하지 않고 변명하기 바쁩니다.
    마찬가지의 상황에서 누군가 일을 대신해 줘서 해결해 줬을 때도 고맙다는 말은 없습니다.


3. 죄책감 유발 및 돌려 부탁하기

    이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무언가를 크게 잘못한 대역 죄인이 되어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어떤 행동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 행동을 해야 나르시시스트에게 이득이 되니까요.
    이때 이득은 금전적인 이득뿐만 아니고 감정이거나 사회 평판 같은 무형의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직접 부탁하지 않고 나에게 뭔가 죄책감을 유발해서 그 행동을 내 스스로 하게 만듭니다.
    이 상황에 처했을 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죠.
    같은 맥락으로 나르시시스트들은 부탁을 안합니다.
    사실 누가봐도 부탁하는거지만 자기입으로 부탁하진 않고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어 내 스스로 그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4. 조언인 척 자랑하기

    예를 들어, 주로 신입사원에게 가서 업무에 대해 조언하는데요.
    업무를 알려주는 거니까 얼핏 보면 선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신입사원이 언젠가는 알아야 하지만 당장은 몰라도 되는 것을 알려주고 이것도 모르냐는 느낌으로 불안감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때는 이렇게 하고 자기는 이렇게 한다'는 둥으로 결국 자랑으로 끝나는데요.
    인정의 욕구를 이 부분에서 채우는 느낌입니다.
    나르시시스트의 조언에 사람에 대한 존중은 없기에 이 부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몇 가지 특징들을 이야기했지만 일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이고
사소한 것들이 많지만 너무 유치하고 시시콜콜하고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
1~4를 다 객관적으로 보면 무슨 문제가 있겠냐 싶지만 모든 행동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중이란 것이 빠져있다고 느낍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제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은 느낌입니다.
나르시시스트와 만남을 가지거나 이야기하고 나면 마음 어딘가 불편합니다.
만남 초반에는 티가 잘 안 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느끼게 됩니다.
보통 만남 초반에는 완벽한 사람 연기를 하거든요.
보통은 바로 알기 어렵고,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강하다면 고맙게도 빠르게 알 수 있습니다.

내 근처의 누군가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인지하면 거기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는 아래 내용 정도가 있습니다.

1. 물리적 거리 두기 : 최고의 방법입니다. 안 보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죠.

2. 정보 주지 않기(회색돌 기법) : 먼저 말 걸거나 내 정보를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최대한 공적으로 대합니다.

3. 나만의 절대적인 개인 영역 만들기 : 나르시시스트가 절대 알지 못하는 나만의 취미라던가, 친구 등 나만의 영역을 두면 됩니다.
1번과 2번이 어려울 경우 겨우 숨 쉴 공간을 만드는 차선책입니다.


나르시시스트란 것을 알게 되고 무서웠던 또 다른 부분은 '나도 나르시시스트였나?' 입니다.
돌아보면 제 스스로도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 있던 같습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알고 난 다음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고 있네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대처법까지 쓰면서 얼핏 보면 제가 나르시시스트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느껴질 수 있겠는데요.
나르시시스트에 당한 것은 회복이 안됩니다.
아마도 평생에 걸쳐서 고통스러울 것 같네요.
물론 이 고통도 나르시시스트와 함께하는 고통에 비하면 작아진 것이기에 스스로 안도하고 있습니다.

가족 나르시시스트의 경우에는 말그 대로 가족이라 평생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최대한 멀리 도망갔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더라고요.
직장동료 나르시시스트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나르시시스트인 줄 몰랐던 때, 같이 일했던 기억과 커리어들은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되었고, 회사의 인맥 또한 그 사람과 같이 걸쳐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르시시스트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괜찮은 사람들과의 인맥 또한 끊겼습니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란 존재는 가까워지지 않으면 정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그말은... 그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보면 멀쩡하고 평판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타인과 함부로 공유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습니다.

제가 글 내내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안 좋게 썼지만 사실 그들이 의식적으로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문화나 성장기의 환경적 요소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한 끄적임이었습니다.
다들 2024년에 행복하세요.



4
  • 뭔가 흥미롭네요 ㅎㅎ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000 일상/생각 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 6 큐리스 23/06/24 4103 5
7183 스포츠[MLB] 팀 린스컴 텍사스와 1년 1m 보장 계약 3 김치찌개 18/03/03 4104 0
3399 스포츠[7.2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오승환 1이닝 0실점 시즌 7세이브) 1 김치찌개 16/07/30 4105 0
5612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AI홍차봇 17/05/11 4105 0
14313 문화/예술15년전에 쓴 '뮤지컬을 좋아하는 세가지 방법' 22 낭만주의 23/12/06 4105 3
5275 창작사생연 - 만남 2 살찐론도 17/03/23 4106 2
6771 스포츠171215 오늘의 NBA(케빈 듀란트 36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2블락) 김치찌개 17/12/16 4106 1
2728 창작[마감완료] 조각글에 참여하실 멤버를 찾습니다! 9 얼그레이 16/05/02 4107 0
3044 일상/생각니 가족이 동성애라도 그럴래? 11 세인트 16/06/16 4107 0
14633 일상/생각그래서 고속도로 1차로는 언제 쓰는게 맞는건데? 31 에디아빠 24/04/30 4108 0
12648 음악[팝송] 조세프 샐뱃 새 앨범 "Islands" 김치찌개 22/03/18 4109 1
7875 게임[LOL] 7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18/07/17 4110 1
13165 게임 레딧 유저 / 중국 관계자 / 코장 / 캐드럴이 뽑은 라인별 TOP 5 2 Leeka 22/09/20 4110 0
5358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1 AI홍차봇 17/04/03 4111 0
13488 일상/생각글이 너무 깁니다. 티타임게시판에 쓸까요? 7 몸맘 23/01/17 4112 3
4173 영화이번 주 CGV 흥행 순위 6 AI홍차봇 16/11/17 4114 0
13142 음악[팝송] 서피시스 새 앨범 "Hidden Youth" 김치찌개 22/09/08 4115 0
13381 스포츠[MLB] 애런 저지 양키스와 9년 360M 계약 4 김치찌개 22/12/08 4115 1
7353 스포츠180404 오늘의 NBA(러셀 웨스트브룩 44득점 16리바운드 6어시스트) 김치찌개 18/04/08 4116 0
13229 기타2022 GSL 시즌3 코드S 결승전 우승 "조성주" 김치찌개 22/10/15 4116 0
13624 방송/연예[눈물주의]엄마를 위해 KBS 해설이 된 최연소 해설위원의 숨겨진 이야기 RedSkai 23/03/08 4116 2
14577 육아/가정우리는 아이를 욕망할 수 있을까 22 하마소 24/04/03 4116 19
2834 창작[27주차 주제발표] 사물들의 일상 1 얼그레이 16/05/18 4117 0
1968 창작[ 조각글 10주차] 시(詩) 2 레이드 16/01/07 4120 1
3226 스포츠[7.5]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이대호 1타점 적시타) 1 김치찌개 16/07/08 412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