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4/12 13:17:31수정됨
Name   meson
Link #1   https://cafe.naver.com/booheong/230530
Subject   한국사 구조론
마치 외국사를 보는 시선에서처럼 말한다면,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삼한일통(三韓一通)이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한일통은 삼국통일이 아닐 수는 있어도 분명히 ‘한국통일(Unification of Korea)’이며, 이때 출현한 통일체는 그 뒤로 1910년까지 통일-회복성을 발휘하며 공고한 역사공동체로 확립되었습니다. 이 사이의 한국에서 왕국이 병립한 분열기는 오직 한 번이었으며 약 35년이었고, 외세에 의한 통치도 한 번으로 몽골의 다루가치가 약 8년간만 시행하였습니다.

따라서 한국사의 구조를 개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통일체의 성격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특히 고구려의 활동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왜냐하면 고구려가 [ 한국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유일한 정복 세력 ]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압록강 일대에서 발흥하여 남만주와 한반도 북부의 정주민들을 모두 복속시켰고, 서쪽으로는 요동을 차지하여 중국과 접하였으며, 남쪽으로는 낙랑군을 점령함으로써 삼한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등장한 후대의 정복자들과는 달리 서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정복을 이어감으로써 마침내 한국사에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광개토’를 거치며 용맹한 기마전사였던 고구려인들은 점차 문명화했으며, 5세기에 평양으로 천도하고 한반도 중부를 점령한 뒤부터는 이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고구려는 한반도 전체를 정복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한반도 남부의 국가들은 동맹을 맺어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 1세기 뒤에는 고구려를 옛 삼한 지역에서 몰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 이 과정 뒤에는 남부 역시 두 개의 국가로 재편되었으며, 그중 한때 고구려의 속국이었던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하여 경쟁자인 백제를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당나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 뒤에 신라는 영토 분할 문제로 당나라와도 전쟁을 벌여 백제 지역을 점유했으나, 고구려 지역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나라 역시 고구려 지역의 통치에 실패했으며 고구려인들은 곧 발해를 건국해 독립하였습니다. 신라는 이를 틈타 [ 옛 낙랑군에 해당하는 고구려 지역 일부를 차지함으로써 ] 평양 이남을 영유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사에서 ‘통일 신라(Unified Silla)’ 혹은 ‘후기 신라(Late Silla)’라고 불리는 국가이며, 앞서 언급한 ‘삼한일통’을 천명한 국가입니다. 이 시기에 ‘삼한’은 더는 낙랑군 이남의 옛 소국들을 의미하지 않았으며, 신라와 고구려와 백제를 가리키는 이칭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고구려의 정복이 [ 한반도 북부를 통합하여 한반도 중부와 연결시켰고, ] 이 연결이 훗날 신라에 의한 삼한의 확장을 유발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확장은 고구려 지역 전체를 포괄할 수 없었으며 신라가 지배한 지역에만 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라의 뒤를 이은 고려는 서북쪽으로 압록강까지 정복하여 삼한을 다시 확장시켰으며, 고려의 뒤를 이은 조선 역시 동북쪽으로 두만강까지 정복한 뒤 점령 지역을 삼한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것은 모두 ‘삼한일통’ 관념에 영향을 받은 것이며, 고구려의 옛 영토는 모두 삼한의 영역이라는 명분에 의거한 일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고구려 남진의 피해자 중 하나였던 신라가 북진 당시에는 역으로 고구려와의 친연성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14세기에 명나라가 몽골의 위상을 계승하려고 시도하고, 20세기에 중국이 청나라의 영토를 물려받으려 노력한 점을 연상시킵니다. 바로 이 맥락에서 고구려는 한국사의 서사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발해의 멸망 이후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한 국가가 한국뿐이었던 점은 [ 고구려를 삼한의 일부로 보는 인식 ]을 일반화시켰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사는 고조선, 부여, 발해 등을 포괄하게 되었는데, 이들과 삼한은 물론 고구려를 통해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간추려 말한다면 한국사의 구조는 북방과 남방이 고구려를 매개로 결합하는 형태를 띠며, 이 관점은 신라의 ‘삼한일통’ 선언에서 기원하였고, 그 결과 한국사는 ‘삼한’이 계속 북쪽으로 확장되는 전개를 보인다고 할 것입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498 스포츠지구역사상 최악의 야구팀을 볼수있는 기회 1 danielbard 25/06/06 2756 9
    15267 일상/생각불이 켜진 밖을 비틀비틀 걸어 나오며 9 골든햄스 25/02/14 2757 17
    15338 오프모임3/27(목) 신촌서 봅시다아 26 나단 25/03/25 2758 0
    15066 도서/문학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6 kaestro 24/11/24 2761 1
    14735 일상/생각악몽 1 Xeri 24/06/11 2762 4
    15512 경제기술이 욕망을 초과한 시대, 소비는 왜 멈추는가 11 사슴도치 25/06/11 2765 31
    15583 방송/연예2025 걸그룹 3/6 9 헬리제의우울 25/07/06 2765 13
    14892 일상/생각직장인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 1 후니112 24/09/03 2769 0
    14648 게임[LOL] 5월 4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5/03 2771 1
    15169 방송/연예오겜2 짧은 후기 3 Leeka 24/12/29 2771 0
    14890 생활체육[홍.스.골] 8월대회 결산 및 9월대회 공지(시상자 변동 수정:와이님 추가) 13 켈로그김 24/09/02 2777 1
    15277 기타한국인의 족기 우위 무술과 등자의 등장의 연관성 8 bluepills 25/02/21 2779 5
    15164 일상/생각공부가 그리워서 적는 대학 첫 강의의 기억 10 골든햄스 24/12/27 2780 12
    14815 스포츠[MLB] 기쿠치 유세이 휴스턴행 김치찌개 24/08/02 2781 0
    15341 기타트랙터 잡썰 4 잔고부자 25/03/26 2785 5
    15293 문화/예술한국문화콘텐츠의 두 수원지에 대하여 3 meson 25/03/01 2786 4
    14689 게임[LOL] 5월 1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24/05/18 2789 0
    14898 일상/생각오늘의 저녁메뉴는 후니112 24/09/05 2791 0
    1533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보낼 보고서 써달라고 했습니다. 클로드한테 ㅋㅋㅋㅋ 6 큐리스 25/03/24 2792 2
    15288 경제2025 부동산 전망 7 kien 25/03/01 2794 0
    15398 일상/생각초6 딸과의 3년 약속, 닌텐도 OLED로 보답했습니다. 13 큐리스 25/04/21 2796 29
    15334 정치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여야합의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9 파로돈탁스 25/03/24 2797 1
    15399 일상/생각처음으로 챗GPT를 인정했습니다 2 Merrlen 25/04/22 2798 2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2808 1
    14845 일상/생각이 모든 외로움을 또다시 망각하고 3 골든햄스 24/08/17 2809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