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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24 12:08:33
Name   새의선물
Subject   하노버 가는 길 (2)...
하노버 가는 길 (1) : https://m2.sm.or.kr/pb/pb.php?id=free&no=2069

스프링필드를 지나면 금방 홀리요키 지역에 들어서게된다. 이곳에서부터 암허스트에 이르는 구간에는 소위 Five College Consortium 이라고 불리우는 학교들이 모여있다. 캘리포니아에 Clairmont Colleges라고 불리우는 5개 학교모임처럼, 5개의 학교가 모여서 서로 커리큘럼이나 소셜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작은 학교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컨소시움이다. 개인적으로 몇 년전 이곳을 방문했을때 Amherst College 캠퍼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었고, 그래서 애가 지원학교를 고를때 권하기도 했었는데, 애는 컨소시움으로 해서 다른 학교간 교류가 너무 많은 학교들은 싫다고 해서, 결국 비슷한 느낌이지만 고립된 곳에 위치한 다른 학교에 지원을 했다.

암허스트를 지나고나면 이제 고속도로 출구간 간격이 길고, 다니는 차들도 눈에띄게 줄어드는 구간에 접어들게 된다. 겨울 휴가철이면 스키장으로 가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곤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은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그런 구간이다. 하이웨이 주변에 눈은 눈에 띄게 쌓여있다. 출발할때만 해도 전날 온 논이 얇게 덮혀있는 정도였는데, 두 시간 정도 운전해서 올라온 이 곳은 이제는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눈으로 쌓여있다라는 표현이 적당한 그런 눈이다. 이제 핸들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약간 풀어지면서 긴장감이 확실히 줄어드는걸 느낄 수가 있다.

조금 지루한 구간인데, 옆에서 라디오를 끄고는 음악을 튼다. 메사추세츠 북쪽부터는 라디오가 잡히는 구간이 좁아서, 라디오를 들으려면 계속 주파수를 옮겨가야하고, 아내는 그게 귀찮다면서 전화기로 음악을 튼다. 이소라. 올라오는 구간동안 계속 록음악을 듣다가 이소라 음악은 뭔가 좀 안맞는다는 느낌인데, 그냥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해서 내버려두고 운전에 집중을 한다. 그렇게 운전에 집중한 사이, 어느 틈엔가 산악지역인 버몬트다.

I-91은 뉴 헤이븐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코넷티컷과 메사추세츠 중간을 가로지른 후에 버몬트와 뉴 햄프셔의 경계를 따라서 쭉 올라가다가 캐나다쪽으로 이어진다.  버몬트와 뉴 햄프셔를 가르는 강이 코넷티컷 리버인데, 이 강을 쭉 따라서 I-91은 이어진다. 그래서 매 번 고속도로에서 나가면 뉴 햄프셔쪽 도시로도 나갈 수 있게 되어있다.

서로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 두개의 주는 그 성향이 무척이나 다르다. 히피들은 서부겠지만, 동부 히피의 고향이라면 아마도 버몬트를 꼽을 것 같다. 버몬트 주립대라고 하면 누구나 히피를 떠 올리는 그런 학교지만, 의외로 노인층 비율이 높은 주에 속하고,  유럽식 사회주의 정책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주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가 계속해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것도 이런 주민들의 성향때문이기도 하다. 주도인 Montpelier는 인구가 75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로, 미국내 주도 가운도 가장 인구가 작은 곳이기도 하다.

뉴욕시에 살면 연방세를 제외하고 주소득세와 뉴욕시소득세를 합쳐서 대략 소득의 10%도 지방세로 나가는것에 비하면, 같은 소득일때 손에 쥐는 돈이 꽤 차이가 난다. 게다가 뉴욕시는 8.875%의 판매세가 있지만, 뉴 햄프셔는 그것마저도 없는 곳이다. 대강 감을 잡는다면 뉴 햄프셔는 리버태리언들의 비율이 무척이나 높은 주이다. 그래서 미국 선거철이 되면 뉴 잉글랜드 지역은 대체로 푸른색인데, 뉴 햄프셔만 붉은 색으로 칠이 되곤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이라면 처음 이 곳에 차를 몰고 다니다가, 하이웨이 표지판에 '17세 이하는 안전벨트 착용이 법'이라고 된 것을 보고는, 그럼 성인은 안전벨트를 안해도 되는건가 했었던 기억이다. 뉴 햄프셔는 성인의 경우에 아직도 안전벨트 착용이 법이 아니다. 몇 년전 안전벨트 착용을 법으로 만드려고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버몬트의 운전은 차들은 별로 없지만, 산악지역이래서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계속 곡선로가 나온다. 자칫하면 과속하기 쉬운 구간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 크루즈 컨트롤을 켠다. 65마일 구간. 67마일 정도에서 속도를 고정하고는 운전을 한다. 산의 나무가지에는 눈꽃이 피어 있었고, 종종 멀리 숲에서 눈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중간에 눈이 날려서 길로 넘어오기도 한다.  

딱히 보이는 차들도 없는 상태로 한시간 조금 더 운전을 하니 White River Junction에 도착을 했다. 하노버에서 몇 마일 안 떨어진곳에 위치한 이 곳에는 기차역이 있는데,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내려온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벌써 몇 년전 일인지 싶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생생한 기억.

막 박사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옮기게 되었고, 아내는 다트머스에서 박사과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만6살에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와 태어난지 4개월 밖에 안되는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게 문제였고, 결국 큰 애는 내가 데리고 있기로 하고, 작은 애는 일년간 한국에 맡겼다가 일년 후 내가 데리고 있기로 했다. 여름에 한국에 작은 애를 데려다주고, 뉴욕으로 이사를 하고, 하노버에 지낼곳을 마련한 후에 아내와 짐을 싸서는 하노버로 올라갔다. 하루를 머물고는 다음날 나와 애는 White River Junction에서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왔다. 운전하면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기차로는 8시간 가까이 걸리는 긴 길이었다. 오는 도중 기차를 타 본 기억이 별로 없는 아이는, 기차를 타는걸 재미있어 하면서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꽤 불안함을 느꼈는지, 금방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럴때면 지나가는 카트를 세워서 핫도그 같은걸 사주면서 애를 달래야 했다. 첫 해는 그래도 좀 큰 애만 데리고 있었지만, 둘째해부터는 한살짜리 애도 같이 데리고 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절을 지나갔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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