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13 01:47:17
Name   이젠늙었어
Subject   담배 <2.75>
그간 병원에 입원해서 간단한 수술하고 왔습니다. 다음 글은 언제일지 모르겠네요.
아이고 아파라. 여러분 건강하세요.

참조글 :
https://m2.sm.or.kr/pb/pb.php?id=free&no=1453
https://m2.sm.or.kr/pb/pb.php?id=qna&no=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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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항상 화장실엔 담배연기가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상관 없는 세계였죠. 소수의 날라리 불량생들의 일탈일뿐 저 같은 순둥이 고삘이에겐 상관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첫 문화 쇼크는 캠퍼스 일대를 떠도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함께 누구나가 피고 있는 담배들이었습니다. 저 같은 순둥이를 제외한 모든 날라리들이 대학에 들어왔나봅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거진 모든 남학생이 복도와 휴게실에서 담배를 빼물고 불을 붙이는게 일상사였습니다. 문틈으로 언뜻 보이는 여학생 휴게실에서도 역시 여학우들이 담배를 피고 있었죠. 교양 철학이라는 선택과목에선 멋지게 턱수염을 기른 교수가 담배를 피우며 강의를 했고요, 심지어 서로 토론시간엔 학생들에게도 수업중 흡연을 허락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기저기 마음 맞는 상대들을 찾아서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너무나 큰 이질감속에서 그리고 천성적인 소심함 때문에 과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몇몇은 제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는데요, 약속한듯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야, 담배있냐?' 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학우들이 쉬는 시간에 담배를 구걸하러 다니더군요.

친구를 사귀지 못해 학교가는게 전혀 즐겁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담배를 한갑 샀습니다. 그 당시 최고급이었던 거북선이었죠. 학우들은 자신의 은하수나 한산도 혹은 청자보다도 누군가가 거북선을 가지고 있다면 우루루 몰려서 거북선을 가진 친구의 담배를 아작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담배를 안피는게 소문났는지 며칠간 아무도 담배를 빌리러 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먼저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며칠 전에 제게 담배를 묻던 친구가 홀로 가방을 뒤적거리며 로비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나 담배있어. 여기~'
'어, 고맙다.'

그러더니 라이터를 꺼내서 척 불을 붙이더니 제 얼굴에 먼저 갖다대는 것이었습니다.

'???'
'넌 안피냐?'
'어... 난 담배 안펴.'

그 친구는 뭐 이런 미친놈이 있지? 하는 표정으로 절 잠시 바라봤습니다. 긴 얘기 짧게 : 결국 그친구와 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걔는 저를 선술집에 데려가  '야야야, 여기 이 새끼 무지 웃기다, 글쎄...' 라며 자기 그룹에 소개시켜줬고요, 해서 저는 새로운 친구들에게 담배셔틀을 잠깐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저도 담배를 피기 시작했습니다. 몇 개월 후에는 저도 이리저리 담배를 구걸하게 되었고요, 돈이 없을땐 한 갑 200원짜리 청자나 버스정거장의 100원에 3개짜리 거북선 까치담배를 사서 피는 신세가 되었죠. 하지만 그 보상은 엄청났습니다. 그때 사귄 7명의 친구들은 마침 다들 남부럽지 않게 가난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가끔 만나며 예전 젊은날에 같이 했던 미친짓들을 이야기 하는 죽마고우... 아니구나, 부랄친구... 도 아니구나, 하지만 그만큼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나 바뀔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모두 배가 나오고 대머리가 되고 이젠 얼굴에 검버섯이 보이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갔죠. 이젠 모이면 나오는 화제가 누구 애가 군대를 갔느니 어느 대학을 합격했느니 하는겁니다. 저를 제외한 모두가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젠 술집에서조차 담배를 못핀다는 거네요. 양꼬치 집에서 저만 자리에 남겨두고 모두가 수시로 끽연을 하러 나가버립니다. 그리곤 들어와서 한마디씩 하죠. '너 독한놈. 옛말에 담배끊은놈이랑으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 모두다 담배를 끊고 싶어 하고 몇 번씩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을요. 술이 몇순배 들아가면 혀꼬부러진 소리로 비결을 또 묻습니다. 여러번 금연의 쾌락을 이야기 하고 금연 후의 좋아진 점을 이야기 합니다. 어어 하며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무척 부러운 눈길들을 하고 있네요.

속으로 한숨을 쉽니다. 저는 사실 제 친구들이 부럽습니다. 아직 이야기 하지 못한 그 금연의 쾌감을 제 친구들은 누릴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그 쾌감을 가져버렸고 이제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죠. 아아... 아직 내가 담배를 피고 있다면 그때의 그 즐거움을, 쾌락을, 희열을 또 가질 수 있을텐데... 이 부러운 자식들아~

제가 담배를 끊는 과정에서 가졌던 그 즐거움은, 더이상 가질 수 없는 그 열락은, 아무에게도 말알 수 없었던 그 통쾌함은 말이죠... (3부에서 계속)



3
  • 웃기능...
  • 아..금연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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