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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8/25 17:24:21
Name   리니시아
Subject   자전거 국토종주 후기 (낙동강 하구둑 - 아라 서해갑문)

1.
중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여름방학 숙제를 내준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들 끼리 여행을 다녀오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제출하는 숙제였죠.
마침 마음맞는 친구 몇명이 있었고 자전거 여행을 가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가스버너, 냄비, 쌀, 라면, 참치, 건빵, 성경책' 등등 잔뜩 들고 속초로 여행을 떠납니다.

아침에는 설익은 밥에 고추장, 참치, 김을 비벼먹으며 패달을 밟았고, 점심에는 건빵으로 끼니를 떼웁니다.
휴게소에서 간식을 대충 사먹고 저녁은 라면과 밥을 대충 말아먹으며 즐겁게 다녔습니다.
그렇게 4일 동안 패달을 밟았고 미시령 고개를 넘어 속초에 도착. 바닷가에서 왕창 놀았습니다.
그 후 자전거로 부산을 가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10년이 넘어서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2.
서른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고 5일간의 휴가를 받습니다.
마땅히 할 것도 없던터라 어렸을적 꿈이었던 국토종주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K-water 에서 '청춘 강 달리다' 라는 국토종주 프로그램을 알게되고 신청하게 됩니다.
처음 발표된 당첨자 명단에선 탈락했지만, 결국 당첨이 되었고,
지난 8월 13일부터 21일 까지 8박 9일간 국토종주 여정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3.
40명의 라이더 들이 참여하였고, 한 조에 약 8명씩 5개의 조가 움직였습니다.
단체 라이딩은 처음이었지만, 혼자선 느낄 수 없는 여러가지 재미들이 있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조원을 케어하면서 밀어주거나, 다른 조 들을 추월해서 가는 재미.
좋은 풍경이 나오면 냅다 자전거 제쳐두고 단체로 달려가서 사진을 찍고, 업힐에서 팀원을 독려하며 팀워크를 맞춰가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8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한 조를 이루어 9일 내내 자전거 타는 느낌은..
다신 느껴보기 힘든 감정이었고, 여러가지를 배우며 깨닫는 라이딩 이었습니다.




4.
http://www.funding4u.co.kr/projects/10320
이 라이딩의 취지 중 하나는 대구 'SOS 어린이마을' 에 대한 기부 펀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희가 라이딩 하였던 9일동안 펀딩이 진행되었고, SOS 어린이마을에 직접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행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행사 내내 라이더들의 SNS 를 통해서 기금을 모집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프로그램을 참여 하면서도 라이딩을 통해 어떻게 기부를 홍보 할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제가 페달을 밟고 국토종주를 하는 모습을 올리고 기부를 해달라고 SNS에 올리는 것.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과연 기부를 하고 싶어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즐겁게 놀고 있으면서 기부를 해달라는건 모순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5.
'기부 라이딩' 은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번 국토종주는 어렷을 적 소망을 이루기 위함 이었는데,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커더란 문을 마주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행사 7일차에 어느정도 고민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01474
위 링크기사에 나오신 양유진씨가 라이더로 참여하게 되었고 함께 라이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딩, 마라톤, 등반을 통한 기부를 '업' 으로 삼으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직업을 택한 것은 본인의 꿈을 향한 길이라는 이야기에 저는 굉장히 놀라며 뭔가 도전이 되었습니다.









6.
8박 9일동안 633km 종주길은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저도 무사히 도착했구요.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한동안은 멍~ 한 상태일 것 같습니다.
분명 패달을 밟던 9일간은 아무 생각없이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국토종주는 제 나름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토종주를 밥먹듯이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맥이 빠지더군요. 종주를 해냈지만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저는 하고 싶었던 꿈을 뒤로하고 현실과 타협하여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반대로 자신의 꿈을 향해 돈도 안되는 일을 하며 도전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냥 즐거울줄 알았는데, 현실로 돌아오니 여러 생각이 드는군요.
일단 제주도 + 동해 까지 그랜드 슬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잡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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