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아닌 펌글, 영상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글들도 게시가 가능합니다.
- 여러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각 회원당 하루 5개로 횟수제한이 있습니다.
- 특정인 비방성 자료는 삼가주십시오.
Date
Name   김치찌개
File #1   1.jpg (158.0 KB), Download : 134
Subject  

첫 신병 휴가를 노가다판에서 보낸 군인.jpg



그렇게 15만원을 벌어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영양실조와 감기몸살 진단을 내린 의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놔뒀냐”고 혀를 찼다. 휴가 마지막 날 밀린 가스비를 내고 남은 돈을 할머니 손에 쥐어준 준호씨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준호씨는 고교 때부터 가장역할을 했다. 엄마는 준호씨가 9살 때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3년 전쯤 집을 나갔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를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일식집에서 하루 12시간씩 음식을 날랐다.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준호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혼자 상을 치렀다. 그는 “할아버지께 외식 한번 못 시켜드린 게 가슴 아파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 군에 입대하게 된 준호씨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몇 달간 한푼도 안 쓰고 모은 300만원을 입대하는 날 건넸다. 그 돈을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찾아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난방이 끊긴 방에서 자다 앓아 누운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동안에도 그는 할머니 걱정으로 몰래 울다 동기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백일휴가를 마친 뒤 ‘나 없는 새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심해진 준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소속된 1포병여단 예하 쌍호부대(경기도 파주시) 생활관 분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다. 본부 행정보급관 박종건 상사는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예의바른 준호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알려지자 부대 전체가 준호씨를 돕는 데 적극 나섰다. 대대장의 지시로 박 상사와 무선반장은 준호씨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보살폈고, 아버지 주민등록을 말소해 할머니에게 매월 15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만나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부대의 배려로 준호씨가 특별외출을 나와 할머니를 몇 시간이나마 돌볼 수도 있었다.

같은 부대 350명의 장병들이 월급을 쪼개 150만원을 모금해 줬지만, 준호씨가 제대할 때까지 할머니의 월세와 생활비로는 부족했다. 그러다 박 상사가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는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 기사를 보고 사연을 적어 보냈다.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연계해 20개월간 월세·생활비 등 총 840여만원을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준호씨는 예전에는 남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 학교 선생님이 용돈을 챙겨줘도 받지 않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을 나중에 더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부대에서는 의가사제대(依家事除隊) 등 준호씨를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지만, 준호씨는 되도록 만기 제대를 할 생각이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언제 제대를 하든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군생활을 할 거예요.” 준호씨는 “일식요리를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2 [미국 16] 미국이 천조국으로 레벨업하게 된 이유.jpg 4 김치찌개 15/07/15 5646 1
1289 아기와 개를 같이 키우면 위험한 이유.jpg 6 김치찌개 15/07/23 5646 0
7023 [브금있음] 2차 추진 물로켓.gif 3 darwin4078 15/12/29 5646 0
13998 9급공무원 준비생의 일과.jpg 6 김치찌개 16/08/14 5646 0
26490 맛춤법 대잔치.jpg 6 Darwin4078 17/10/19 5646 1
27050 슈뢰딩거의 과잠. 11 우분투 17/11/13 5646 0
30187 탐라 하나 더 쓰고 싶다능.. 3 헬리제의우울 18/04/11 5646 0
31363 3수를 기다려준 여친에게.jpg 3 풍운재기 18/06/03 5646 2
34630 역사 전문가 :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군사력은 세계 최강 수준.jpg 40 김치찌개 18/11/05 5646 0
34931 신천지 포교 실패 4 우분투 18/11/20 5646 1
36401 자세히 보면 무서운 심령사진 3 tannenbaum 19/01/22 5646 0
38831 오빠 편들어주는 여동생... 2 사나남편 19/06/09 5646 0
39421 러시아 대학살이 뭔가요? 1 사나남편 19/07/17 5646 2
39428 현직 반도체 연구원이 말하는 한일 기술 격차.jpg 3 김치찌개 19/07/18 5646 0
40838 망한 타투 대회 2 다람쥐 19/10/14 5646 2
42116 대학교 졸업생 48%가 느끼는 것 16 swear 19/12/22 5646 1
45034 머해 뇌절남 5 swear 20/05/17 5646 2
44142 어느 자가격리 초딩의 동선 2 Schweigen 20/04/02 5646 0
45186 퇴근하고 와서 밥상 보니까 열받는다 7 swear 20/05/24 5646 0
48040 최근 일본 엄마들이 쓴다는 지브리식 육아 밈 18 구밀복검 20/10/16 5646 11
49261 '스타벅스 배달' 첫날부터 대박.. 동네 카페 울상.jpg 김치찌개 20/12/17 5646 0
49395 광고 패러디 광고 연속? 1 다군 20/12/24 5646 2
49608 학교에서 필수로 가르쳤으면 하는 것들...jpg 7 김치찌개 21/01/03 5646 2
49809 레이저 마스크 ㄷㄷㄷㅈ! 6 다군 21/01/13 5646 1
50189 210201 러셀 웨스트브룩 41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swf 김치찌개 21/02/03 564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